책 :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무라카미 하루키
아무것도 모르고 읽게 되었는데 에세이집이었다. 얼핏봐서는 단편소설의 느낌이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 아니어서 그런가 특별한 것은 느끼지 못했고 담담하게, 다른 에세이집을 읽을 때와 동일하게 주욱 읽어나갔다.
어떤 날은 두개의 에피소드만, 어떤 날은 절반을…
특별히 기억나는 에세이는 없었지만 역시 기억나는 문장들은 몇 개 있었다.
‘…인생에는 분명 그렇게 평소와는 다른 근육을 열심히 사용해볼 시기가 필요하다. 설령 당시는 노력의 열매를 맺지 못하더라도.’ (p170)
일본에 ‘앙앙(anan)’이라는 잡지가 있나보다. 이 책은 그 잡지의 연재 에세이 ‘무라카미 라디오’에 쓴 글들을 모은 글이라고 한다. 한편의 글만 빼고.
가끔 원래의 제목과는 다르게 내 멋대로 바뀌어 기억나는 것들이 있는데 이 책도 그랬다.
‘샐러드를 먹는 사자’로 기억해버렸으니…
그럼에도 검색이 되어 살짝 놀랬다.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삽화들이 마음에 들었는데 정말 간결하고 낭비없는(?) 선만을 이용했으나 상당히 인상적인 느낌을 주는 그림들이었다.
마지막 ‘후기’에 보면 삽화를 담당한 사람의 글이 나오는데 그림이 아니라 모두 동판화라고 한다. 9cm*9.5cm의 동판에 니들이라는 끝이 뾰족한 금속 막대기로 긁어내듯이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 드라이포인트 기법이라나 뭐라나… 덕분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삽화들만 주욱 감상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에세이의 특성상 특별히 그 작가에 대한 애착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좋아하는 사람과 그냥 그렇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차이를 하나로 모으기는 쉬운 것 같지 않다. 그런건 누가 아무리 좋다고 말해도 상대방에게는 시큰둥할 뿐이다. 괜찮게 본 사람들이 많겠지만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는 내게 그저 담담한 에세이집의 하나였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