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나는 왜 구글을 그만두고 라쿠텐으로 갔을까? / 오바라 가즈히로
SF 소설에는 과학에 대한 자기반성이 담겨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서 오는 부작용 때문에 인간의 삶이 파괴되는, 그래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의 모습이 많이 그려지곤 한다. 하지만 ‘나는 왜 구글을 그만두고 라쿠텐으로 갔을까?’의 저자는 유토피아적인 미래를 예측한다. IT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풍요로움을 더해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제2변곡선, 즉 과도기의 상태에 있다고 분석한다. IT와 인간삶의 풍요로움 간의 교집합 부분이 지 금은 일부분일 뿐이지만 이 부분은 점점 더 전체의 영역으로 확장될 것이고, 결국 IT와 풍요로움을 구분하기 힘들어질 것 이라고 말한다. IT를 비즈니스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생각해보고 예측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집중할 곳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그것이다.
쉬운 예로 이 책의 제목을 살펴보자. ‘나는 왜 구글을 그만두고 라쿠텐으로 갔을까?’ 를 글 전체의 제목으로 잡았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저맥락과 고맥락이라는 개념에서 오는데 풍요로움과도 관계가 있다. 간단하게 말해 저맥락은 의사소통만 되는 정도의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ㅇㅇ산 커피 100그람은 1만원입니다. 이거면 충분하다. 하지만 여기에 어떤 의미들과 감정들이 부여된다면 어떨까. 아름다운 새들과 곤충들이 노래하는 곳, 따뜻한 태양 아래에서 노래를 부르며 흥겹게 일하는 사람들이 수확한 커피, 당신의 생활이 즐거워지는 맛과 향… 조금 문제가 있는 비유이기는 하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이 정도를 고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구글과 아마존은 최고의 ‘효율성’이 강조된 곳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특별한 공감대를 못 느껴도 찾고자 하는 것이 있고 가격도 저렴하면 이용하게 된다. 사람들이 보게 되는 것은 물건과 가격 뿐이다. 이곳에서는 물건을 사게 되는 사람과 팔게 되는 사람과의 관계성이 아무것도 형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보다 더 좋은 조건이 나오면 아무런 망설임없이 새로운 곳으로 옮겨가게 된다. 저맥락의 차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구글과 아마존은 아직 그런 단계라고 보고 있는 듯 싶다.
반면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간에 관계성이 형성되는 곳, 가격은 비쌀 수 있지만 그럼에도 단골처럼 그 곳을 기억하고 그 곳을 다시 찾게 되는 곳, 이런 것을 만들어내는게 고맥락이라고 한다. 라쿠텐이 바로 그런 곳이고 저자가 구글을 떠나 라쿠텐에 자리를 잡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저맥락 차원에서 IT가 제공해주는 정보와 편의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제2변곡선의 단계가 지나면 고맥락 차원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고, 인간은 점점 더 우리 삶의 풍요로운 무언가를 갈망하게 될 것이며, 우리가 노려야 하는 IT비즈니스가 바로 그곳에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저자의 분석에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많이 빠져있다. 전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부의 불평등 문제과 상대적 빈곤에 대해서 말이다. 책의 주제에서 벗어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유토피아적인 미래가 일반화되려면 반드시 이 불평등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수많은 미국인들이 왜 월마트를 찾는걸까, 수많은 영국인들이 왜 저가형 마트를 찾는걸까. 다름 아닌 돈의 문제이다. 누구나 고맥락의 차원에서 인생을 풍요롭게 살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저자가 진단하고 있는 제2의 변곡점이 과도기적 차원이 아니라 계속되는 차원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봐야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IT발전과 인간 풍요로움간의 교집합 부분이 확장되지 않는다는건 아니다. 다만 저자가 그려내는 미래상은 지나치게 한 쪽만 바라본게 아닐까 싶다는 점이다. 라쿠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마존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가 예측하는 미래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너무 쉽게 던져버리고 오로지 좋은 모습으로만 변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부분만으로 본다면 공감하지만 전체로 본다면 여전히 저맥락에서도 더 많은 IT비즈니스들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사회는 계속될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미래의 IT비즈니스의 방향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싶다면 읽어본만한 책이다.